이 영화는 엘릭 형제가 낯선 땅 미로스에 발을 들이며 벌어지는 갈등과 혁명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정치적 긴장과 개인적 선택이 교차하는 서사를 중심에 둔다. 연금술이 가진 힘의 본질, 그리고 그 힘이 인간에게 요구하는 대가를 다층적으로 풀어내며 외전임에도 독립적인 완성도를 보여준다. 특히 미로스인들의 역사적 상처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현실은, 연금술이라는 판타지적 요소 너머의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가장 강하게 다가온 점은, 기존 시리즈가 지닌 모험적 요소보다 더 높은 비중으로 들어온 ‘민족적 상처’와 ‘정체성의 갈등’이라는 테마다. 엘릭 형제가 단순히 사건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라, 미로스라는 공간의 역사와 인물들의 감정 안으로 깊이 들어가 함께 고민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기존 외전들과 다른 무게를 드러낸다. 그만큼 줄리아, 애슐리, 그리고 밸리 주민들의 삶은 한 장면 한 장면마다 선명하게 새겨진다.

억압된 민족의 역사와 미로스의 상처
영화가 펼쳐지는 테이블 시티와 그 아래의 밸리는 서로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는 공간이다. 위쪽 도시를 차지한 세력이 오래전부터 미로스인들을 배제하고 억압해 왔고, 그 결과 미로스인들은 자신들의 고향과 권리를 빼앗긴 채 그림자처럼 살아간다. 영화는 이 구조적 억압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서사의 중심 동력으로 삼는다. 관객은 엘릭 형제의 시선을 따라 이들이 왜 싸우는지,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줄리아는 미로스의 과거를 되찾기 위해 가장 앞에서 싸우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녀의 행동은 단순한 분노나 복수심이 아니라, 잃어버린 민족과 가족의 역사를 되찾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그녀가 쥐고 있는 '성스러운 별'은 미로스인들이 선택해야 하는 운명의 돌이자, 다시는 억압받지 않겠다는 집단적 상징이 된다. 영화는 이 돌을 둘러싼 갈등을 단순한 힘의 다툼이 아니라, 오랜 세월 쌓인 민족적 상처가 표면으로 올라오는 과정으로 묘사한다. 밸리에 사는 주민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이는 혁명이라는 형태로 표출된다. 미로스의 상처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고통이자 변화의 이유임을 영화는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이렇듯 작품은 외전임에도 세계관의 외연을 넓히며, 미로스라는 공간을 독립적인 이야기의 무대로 만들어냈다. 민족 정체성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중심에 서며, 영화의 긴장감은 이러한 집단적 감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엘릭 형제의 개입과 연금술이 가진 윤리의 무게
에드워드와 알폰스가 미로스 문제에 얽히게 된 계기는 한 탈주 연금술사를 추적하는 과정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형제는 이 사건이 단순 범죄 추적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로스인들의 삶을 직접 목격하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연금술의 힘이 단순히 싸움의 도구가 아니라,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희망이 될 수도 절망이 될 수도 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줄리아와 함께 행동하며 형제는 힘을 가진 자가 반드시 마주해야 하는 윤리적 책임을 고민하게 된다. 특히 ‘성스러운 별’이 가진 진실과 그 돌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숨겨진 잔혹한 대가를 알고 난 이후, 형제는 그 돌을 사용해 승리를 얻는 것 자체가 새로운 비극을 낳는 길임을 확신하게 된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연금술이 가진 본질적 질문 ― “무엇을 희생해야 무엇을 얻을 것인가” ― 를 다시 꺼내 들며, 형제의 가치관을 시험한다. 미로스의 독립이라는 대의가 정당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생명이 다시 돌에 흡수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 또 다른 억압이라는 메시지를 작품은 분명하게 담아낸다. 엘릭 형제는 자신들이 개입함으로써 또 다른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 사람들의 삶을 지키려 한다. 이러한 태도는 줄리아와 밸리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스스로의 싸움을 폭력적 복수로 이어가는 대신, 가능하면 서로를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마음을 다지게 만든다.
희생을 통해 열린 새로운 길과 미완의 자유
영화의 후반부는 거대한 재해와 군대의 침공이 동시에 다가오며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줄리아는 성스러운 별의 힘을 이용하지 않으면 밸리 전체가 위험에 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자신의 몸을 희생해 돌을 받아들인다. 이 선택 뒤에는 오랜 억압을 끝내고자 한 소망과, 자신 때문에 다시 누군가가 희생되는 것을 거부하는 결연함이 담겨 있다. 엘릭 형제는 줄리아가 잃어버리는 것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녀를 막으려 하지만, 결국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며 마지막까지 함께 싸운다. 애슐리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의 잘못된 선택과 비극 또한 이 과정에서 드러나지만, 영화는 그들의 행동을 무조건적인 악으로만 그리지 않고, 각자가 감당해 온 고통의 결과로 이해하게 한다. 전투가 끝난 뒤 미로스는 마침내 자신들의 목소리를 되찾는다. 그러나 영화는 이 승리가 완전한 해방이나 영원한 평화를 의미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으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미로스의 자유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결말은 작품 전체가 담고 있는 핵심 메시지 ― 자유는 단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희생, 책임이 반복되며 만들어지는 과정 ― 을 뚜렷하게 부각시키며 무게감 있는 여운을 남긴다.
“강철의 연금술사: 미로스의 성스러운 별”은 단순한 외전이 아니라, 힘의 의미와 자유의 본질을 묻는 진지한 이야기다. 액션과 감정, 정치적 서사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시리즈 팬은 물론 독립적인 영화로도 충분한 몰입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연금술이라는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져 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