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의 대표 슈퍼히어로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2’는 2018년 개봉 이후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1.2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당시 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중 최상위권의 흥행 기록을 세운 작품입니다. 2004년 개봉했던 ‘인크레더블’의 속편으로, 전작이 아버지 밥(미스터 인크레더블)을 중심으로 펼쳐졌다면, 이번 작품은 어머니 헬렌(일라스티걸)을 전면에 내세우는 구성을 취해 젠더 역할의 전환과 사회 속 가족의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이 작품은 화려한 액션, 다양한 캐릭터성, 그리고 감정선이 교차되는 드라마적 요소가 균형을 이루며, 단순한 슈퍼히어로 서사를 넘어 ‘가정의 역할과 변화’, ‘사회적 책임’, ‘자기 수용’ 등의 주제를 담아냅니다.
1. 헬렌 중심의 서사 전환과 여성 히어로 부각
‘인크레더블2’는 전편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으로 **헬렌(일라스티걸)**이 중심이 되는 내러티브 구조를 택하고 있습니다. 이 설정은 단순한 주인공 교체가 아니라, 픽사가 전하는 사회 변화와 젠더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헬렌은 한때 슈퍼히어로로서 명성을 날렸지만, 슈퍼들의 활동이 법적으로 금지된 이후 평범한 아내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로 살아왔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억누르고 가정에 헌신하며 현실에 적응하려 노력했지만, 내면 깊숙이 자리한 영웅으로서의 갈망과 사회적 기여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슈퍼히어로 활동을 합법화하려는 민간 기업의 요청을 통해 그녀는 다시 현장에 복귀하게 되고, 고속 열차 사고를 막으며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헬렌은 그동안 가정에서 발휘하지 못했던 리더십과 뛰어난 판단력, 그리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발휘하며, 독립적인 여성 영웅으로서의 입지를 굳힙니다. 픽사는 헬렌을 통해 여성이 주체적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동시에 가정을 떠나 외부 세계에서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녀가 주도하는 액션 시퀀스는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전략적이며, 단순한 물리적인 힘보다 지능과 유연성이 강조됩니다. 이는 기존 슈퍼히어로 장르에서 남성 중심으로 그려지던 '힘의 상징'을 전복하고, 다양성의 가치를 새롭게 부각시킨 사례로 평가됩니다.
또한, 헬렌은 주요 악당인 ‘스크린슬레이버’와의 대결을 통해 정보 조작, 미디어 권력, 그리고 현대인의 자율성 상실이라는 주제와도 맞서게 됩니다. 스크린슬레이버는 TV,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조종하는 존재로 등장하며, 현대 사회의 ‘스크린 의존’ 현상과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력을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헬렌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단지 화려한 액션이 아닌 지적인 전투로 구성되며, 관객에게도 현대 사회의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에 대한 큰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헬렌의 활약은 단순히 슈퍼히어로의 복귀를 넘어, 여성의 사회적 역할 확장과 미디어 시대의 윤리적 문제를 동시에 다루며,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풍부하고 다층적으로 만듭니다.
2. 육아와 현실의 갈등을 그린 아버지의 일상
전편의 주인공이었던 밥(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이번 작품에서 전업주부 역할을 맡게 됩니다. 헬렌이 사회 활동을 하는 동안 세 아이의 육아를 책임지며, 가정 내 아버지의 모습이 전면적으로 그려지는 구조입니다. 픽사는 이를 통해 남성 중심의 가사 분담 문제, 육아의 현실적인 고충, 그리고 아버지 역할의 재정의를 유머와 감동을 곁들여 풀어냅니다. 밥은 처음에는 자신감 넘치게 가사와 육아에 도전하지만, 곧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의 슈퍼히어로로서의 강력한 힘은 육아 현장에서는 오히려 통제 불능의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큰딸 바이올렛은 사춘기와 첫 연애 문제로 예민하고, 아들 대시는 수학 숙제를 못 풀어 아버지를 괴롭히며, 막내 잭잭은 예측할 수 없는 초능력을 한꺼번에 발현시키기 시작합니다.
잭잭은 분신술, 순간이동, 눈 레이저, 몬스터 변신 등 상상을 초월한 능력들을 동시에 터뜨리며 혼돈의 육아 지옥을 연출합니다. 밥은 잠도 못 자고, 매일같이 실수를 반복하면서 점차 지쳐가지만, 결국 아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성장합니다. 그는 더 이상 ‘슈퍼히어로’로서의 명성이나 활약에 집착하지 않고,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을 돌보고 그들과 교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밥의 육아 고군분투는 코믹하면서도 현실적인 육아의 고충을 잘 표현해 부모 관객들의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그의 지친 얼굴과 좌절하는 모습은 많은 부모들이 겪는 육아의 어려움을 대변하며, 동시에 그 속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행복과 깨달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전개는 단순한 웃음을 넘어서, 아버지의 가정 참여와 가족 중심 가치의 재조명을 이끌어냅니다. 특히, 아이들과의 충돌과 화해, 교육에 대한 고민, 감정 표현 등은 영화적 요소를 넘어 가족 심리 드라마의 깊이를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이를 통해 '인크레더블2'는 오락성과 교육성을 동시에 달성하며, 모든 세대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자리매김합니다.
3. 슈퍼히어로 존재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
‘인크레더블2’는 히어로 영화로서 단순히 선과 악의 대립을 그리기보다, 슈퍼히어로 존재의 정당성, 공공성과 자유, 그리고 현대 사회의 통제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작중 세계에서는 과거의 사고들로 인해 슈퍼히어로들의 활동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는 사회가 개인의 특별한 능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통제하려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능력 있는 개인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사회인가, 아니면 규제가 우선인 사회인가'에 대한 고민을 반영합니다. 헬렌이 복귀하는 것도 민간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따른 것이지, 정부나 사회 전체의 합의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사회적 인식 변화의 어려움과 복잡성을 보여줍니다.
악당 스크린슬레이버는 이러한 사회적 통제와 인간의 수동성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는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화면에 의존해 수동적으로 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진짜 세상은 너희 집 바깥에 있다”는 그의 대사는, 현대인이 디지털 기기 안에서 삶의 대부분을 소비하며 현실과의 단절을 겪는 현상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동시에, 개인의 사고력과 책임감의 회복을 요구합니다. 스크린슬레이버의 행동은 비록 악당의 방식이지만, 그의 메시지는 현대 사회의 중요한 문제점을 꼬집으며 관객에게 깊은 성찰을 유도합니다. 이러한 주제는 어린이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성인 관객에게는 강한 인상을 남기며 영화의 깊이를 더합니다. 픽사는 가족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안에서, 사회적 철학적 고민을 자연스럽게 스토리 속에 녹여내며 다층적 해석이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어냅니다. 영화는 슈퍼히어로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현대 사회가 직면한 기술의 양면성, 미디어의 영향력, 그리고 개인의 자율성이라는 복잡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탐구합니다.
4. 결론 : 영웅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인크레더블2’는 단순한 히어로물의 후속작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가족의 의미, 사회적 역할, 정보화 시대의 위험, 그리고 진정한 영웅의 정의 등 다양한 주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픽사다운 깊이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헬렌은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 돌려주는 영웅으로, 밥은 가정을 지키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아버지로, 아이들은 각자의 갈등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모습으로,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진짜 인크레더블(믿을 수 없는 존재)**이 되어갑니다. 이 작품은 "영웅이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역할을 성실히 해내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용기를 내는 모든 사람"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모든 관객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영화는 화려한 액션과 진한 감정선, 그리고 날카로운 사회적 메시지가 공존하는 균형 잡힌 구성을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지금도 꾸준히 재조명되고 있는 픽사의 명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가족 구성원 각자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헬렌과 밥은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지지하며, 아이들 역시 부모의 모습을 통해 성장하고 자신의 능력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배웁니다. 잭잭의 예측 불가능한 능력은 혼란을 주지만, 동시에 가족에게 새로운 활력과 웃음을 선사하며, 가족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합니다. '인크레더블2'는 우리 모두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발하며 서로를 지켜주는 삶이야말로 가장 '인크레더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함께 희망을 선사합니다.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가 아닌 우리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며, 진정한 영웅은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한다는 따뜻한 진실을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