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개봉한 『토이 스토리 4』는 시리즈의 마지막 장이자,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감정선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전 세 편이 인간과 장난감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편은 ‘장난감 스스로의 선택’과 ‘자아의식’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놓는다. 본문에서는 포키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철학적 상징성, 우디의 마지막 결정을 둘러싼 의미, 그리고 장난감의 자유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이 작품이 가진 독자적 가치와 메시지를 해석해보고자 한다.
1. 포키의 탄생, 쓰레기에서 존재로
『토이 스토리 4』에서 가장 먼저 주목받는 캐릭터는 단연 ‘포키’다. 포키는 본디 공장에서 만들어진 정형화된 장난감이 아닌, 유치원생 보니가 쓰레기통에서 주워 만든 일종의 수공예 장난감이다. 포크와 철사, 눈알 스티커 몇 개로 조합된 이 존재는 외형상으로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고, 인식 역시 “나는 장난감이 아니라 쓰레기야”라는 자기 부정에서 시작된다. 바로 이 점이 포키를 가장 독창적이고 상징적인 캐릭터로 만든다.
포키는 자아의식을 지니면서도 존재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고, 반복적으로 쓰레기통으로 돌아가려 한다. 이러한 행동은 단지 유머가 아닌, 존재론적 질문을 함축한 장면이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나는 누구를 위한 존재인가’라는 물음은 관객에게도 곧장 다가온다. 이 지점에서 포키는 단순한 부차적 캐릭터가 아니라, 이야기 전체의 주제를 대변하는 메신저가 된다.
우디는 포키가 보니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기에, 그를 보호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하지만 이는 단지 보호 본능만이 아니다. 포키의 성장 과정은 우디 자신에게도 거울과 같다. 존재의 목적을 고민하는 포키를 돕는 과정에서, 우디는 점점 자신 역시 이제 아이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닐 수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이처럼 포키의 등장과 서사는 단지 ‘귀여운 신캐릭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쓰레기에서 태어난 포키가 누군가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영화는 존재 가치란 타인의 필요와 사랑 안에서 확립되는 것임을 조용히 말해준다. 이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의미 깊게 다가오는 서사 구조다.
2. 우디의 선택과 새로운 삶의 의미
『토이 스토리 4』의 중심은 결국 우디의 선택으로 귀결된다. 시리즈 내내 “아이를 위해 존재하는 장난감”이라는 철학을 지켜온 우디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그 가치관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 우디는 이제 더 이상 보니에게 선택받지 못하며, 그간의 사명감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러한 불안은 과거의 연인이었던 ‘보 핍’과의 재회를 통해 극적으로 전환된다. 보 핍은 이전 작품과 달리, 이번에는 주인 없는 자유로운 삶을 택한 장난감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놀이기구 가판대에서 떠돌이로 살아가면서도, 스스로를 한없이 자유롭고 당당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우디에게 큰 충격이자 전환점이 된다.
보 핍은 우디에게 ‘누군가에게 필요하지 않더라도,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우디는 점차 ‘누군가를 위한 존재’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단지 장난감 세계의 전환이 아닌, 자아 정체성의 성숙을 의미한다.
결국 우디는 마지막 장면에서 버즈와 친구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보 핍과 함께 유랑의 삶을 택한다. 이는 명백한 구조적 결단이다. 이 장면에서 픽사는 “떠나는 이도, 남는 이도 모두 옳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한편으로는 우디의 이탈이 관객에게는 낯설고 심지어 배신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이 결정은 오히려 ‘한 생애의 전환’이라는 면에서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3. 소속이 아닌 자유를 택한 장난감
『토이 스토리 4』는 시리즈 내내 반복되던 ‘소속’의 개념을 뒤집는 전환점이다. 이전까지의 세 편은 장난감이 ‘아이에게 소속됨’으로써 의미를 찾고, 그것이 장난감의 존재 이유라는 논리를 견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 전제를 부정하거나, 최소한 유보한다.
이 중심에는 보 핍이 있다. 그녀는 “꼭 누군가의 것이 아니어도 의미 있게 살 수 있다”는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그 삶은 외롭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규정하고 운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체적이다. 이것은 장난감이라는 정해진 운명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일종의 자유 선언이다.
우디의 전환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아이의 장난감이라는 정체성에 평생을 바쳤지만, 그것만이 삶의 전부는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결국 장난감들도 관계 너머의 삶을 살 수 있으며, ‘주인의 손’이라는 질서 없이도 존재할 수 있음을 영화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해방의 메시지가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소속'과 '자유', '헌신'과 '자기실현' 사이에서의 균형을 고민하게 만든다. 버즈는 우디의 선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보니의 곁을 지킨다. 이것은 '공존'의 방식이며, 모든 장난감이 같은 길을 택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기도 하다.
결국 이 작품은 아이를 중심에 둔 시선을 넘어서, 장난감—그리고 사람—스스로가 삶을 정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철학적 전환점이다.
4. 결론: 끝이 아닌, 또 다른 출발선에서
『토이 스토리 4』는 명확한 결말을 보여주는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을 제시한다. 이 영화는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어떤 이에게는 충격적인 결말일 수 있지만, 그만큼 용기 있고 독립적인 주제를 담아냈다.
우디의 마지막 선택은 일종의 독립선언이며, 포키의 존재는 관계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인간적 본질을 드러낸다. 그리고 장난감은 더 이상 ‘버려질까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주체로서 자리 잡는다.
이처럼 『토이 스토리 4』는 시리즈 전체를 감정적으로 마무리함과 동시에, 주제적 깊이와 확장을 이룬 작품으로 남는다. 진정한 ‘마지막 이야기’는 끝이 아닌, 각자가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자유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작이다.